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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문화원 - 송 현 원장 자료실 ▨ ▨ 한글문화원 ▨

 

 

 


4531
2006-02-22 04:17:22
송 현
유 관순 말과 이 완용 말의 차이
<우리말 우리 얼> 발표 원고 2003년



유관순말과 이완용말의 차이
-말할 자격과 글쓸 자격






송현(시인.칼럼니스트)





1.
우리나라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처음 실시하던 때의 일이다. 그 때 무슨 시민운동 단체 사람들이 서울시장을 비롯하여 저명인사들 여나므 명의 집 앞에 며칠 잠복 근무(?)를 했다. 왜냐면 그들 집에 나오는 쓰레기 봉투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마침내 쓰레기 봉투를 다 수거해서 하나하나 살펴보니, 쓰레기 분리 수거를 제대로 하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나는 이 소식을 신문에서 읽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우편번호를 처음 만들어서 사용하기 시작할 때의 일이다. 그때 무슨 일로 나는 체신부 장관한테 편지 한 통을 받았는데, 체신부 장관이 우편번호를 쓰지 않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체신부 장관이 우편번호를 안 쓰다니! 그래서 나는 [체신부 장관이 우편번호를 안쓰면 누가 쓰며, 우편 번호 적힌 편지 빨리가고 바로 간다는 홍보를 하느라고 수십억원의 돈을 쏟아부으면서, 장관 당신은 왜 우편번호를 안 쓰는거요!]하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나무라는 내용의 글을 [샘이 깊은물]이란 잡지에 발표한 적이 있다.(내글. 장관의 사과문. 샘이 깊은 물.1986년 9월호)

이십년도 더 전에 한 창기 사장이 [뿌리깊은 나무]라는 아주 세련된 월간 잡지를 창간할 무렵이다. 그때 그 잡지에서 원고 모집 광고를 내보냈는데, 나는 그 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광고에는 "낙엽은 떨어진다는 따위의 글은 사양한다."는 것이었다. 낙엽이 떨어지고, 촛불을 켜고 기도 운운하는 따위의 글들은 어중이 떠중이 누구나 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 뭐뮈 하자!"는 훈화조의 글이나 설교조의 글도 사양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글도 어중이 떠중이 누구나 다 쓸 수 있다. 그러니 그런 글은 실을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 광고를 보고, 그 동안 글 쓰는 사람들이 [뭐뭐 하자]는 [뭐뭐하면 안된다]는 훈화조 혹은 설교조의 글을 많이 썼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 나는 대단히 중요한 것을 깨달았고, 그 뒤부터 [뭐뭐하자] 혹은 [뭐뭐하지 말자]는 훈화 내지는 설교조의 글은 되도록 안 쓰려고 애를 쓴다.

사실 남 앞에서 말이나 글은, 아무나 해서도 안되고, 아무나 써도 안된다. 가령 "나라를 사랑하자"는 말을 유관순 누나가 하면 말이 되고, 아주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나라를 사랑하자"는 말을 이완용이가 하면 말이 되지 않고,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듣는 사람 열받게 할 것이다. 유관순 누나가 말하면 박수가 터져 나올 것이고, 이완용이가 말하면 돌맹이가 날아갈 것이다. 이처럼 말이나 글은 도나 개나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할 자격과 그 글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말과 글은 수표와도 같다. 수표는 아무나 발행할 수도 없고, 또 해서도 안된다. 수표는 은행 자기 계좌에 잔고가 있는 사람이라야 할 수 있다. 잔고도 없는 놈이 수표를 발행하면 그게 부도수표가 되고, 부도 수표를 발행한 놈은 쇠고랑을 채워서 잡아 가두어 벌을 준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가지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잔고가 있다고 해서 수표를 마구 끊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잔고가 있어도 잔고의 범위 안에서 수표를 끊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잔고가 100만원이 있으면 100만원 안에서 수표를 끊어야 하고, 잔고가 1억원이 있으면 1억원 안에서 수표를 끊어야 한다. 잔고가 100만원 밖에 없으면서 백만원 이상 끊어도 안되고, 잔고가 1억 밖에 없으면서 일억 이상 끊어서도 안된다. 그런데 잔고가 한푼도 없는 놈이 수표를 마구 끊는 것도 사기지만, 잔고가 100만원 밖에 안되는 놈이 천만원 짜리를 끊어도 역시 사기란 점이다.  

말과 글을 쓰는 것도 이와 별 다를 바 없다. 자기의 담보가 있는 범위 안에서 글을 쓰고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자기 담보 이상의 말을 하고,글을 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부도수표가 남발하는 사회는 사기꾼들의 사회이고, 사기꾼들이 많은 사회에서는 억울하게 피해보는 이들이 많이 생기게 마련이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는 말이 이 경우에도 통한다. 양화가 앉아 있을 자리에 악화가 버티고 앉아 있고, 양화가 마이크를 잡아야 할 순간에 악화가 마이크를 잡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다. 금융통화 질서와 경제 질서를 근본에서 파괴시키는 부도수표를 남발하는 자는 법에 따라 엄하게 다스려야 하듯이, 말과 글도 그래야 한다. 수표를 받기 전에 은행에 조회를 해야 하듯이, 말과 글도 그래야 한다. 그런데 부도 수표를 마구 발행하는 놈도 나쁘지만, 그것이 부도수표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덥석 받는 쪽도 문제가 있다. 수표를 받기 전에 은행에 전화를 해서 부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까지 해야한다. 이처럼 말을 들을 때나 글을 읽을 때도 그 말할 자격이 있는 인간이 말하는 것인지, 그 글 쓸 자격이 있는 인간이 쓴 글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듣는 이나 독자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말을 듣고 글을 읽는다면 [악화가 양화를 몰아낼] 것이다. 이런 과정을 독자에게만 맡기는 것은 무리가 많다. 이런 기능을 전문적으로 맡아야할 쪽이 비평가들이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은 잔고 한푼도 없는 놈이 부도 수표를 남발하면 무슨 법 위반으로 잡아 가두는데, 말 할 자격도 없는 것이, 글 쓸 자격도 없는 것이 글을 마구 써도, 누구 하나 꾸짖지도 않고 잡아 가서 벌금을 내게 하거나 구류를 살게 하지 않으니, 내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불량식품을 만들거나 파는 것도 단속하는데, 말과 글을 함부로 하고, 할 자격도 쓸 자격도 없는 것들이 마구 하는 것은 왜 단속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글짓기 교육의 가장 큰 잘못은 글을 쓸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래서 글을 쓸 자격도 없는 것들이 책임지지도 못하고 또 담보도 없는 글들을 마구 써 갈긴 것이다. 이는 일생동안 저축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도 없고, 수중에 땡전 한푼 없는 늙은 거지가 [저축의 필요성과 노후의 행복]이란 주제로 설교하고 논문 쓰는 것이나 다름없는 웃기는 짓이다. 지금까지 글쓰는 어른들이 이 모양이었고, 학교 글짓기 교육이 이 모양이었으니, 아이들도 이런 잘못된 것을 보고 배웠으니, 커서 어른이 되어서 삶과 동떨어진 담보도 없는 글이나, 낙엽이 떨어진다는 식의  말장난 하는 엉터리 글을 마구 써 갈기는 것이다. 남 앞에서 말을 하고 글을 쓸려면 말과 글에 대한 담보가 있어야 한다. 쓰레기 분리 수거도 제대로 하지 않는 서울특벽시장, 우편번호도 아예 쓰지 않는 체신부 장관, 외국에 공식방문가서 영어로 연설을 태연하게 하는 대통령이 있는 한, 그들이 부르짖는 대부분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적인 말과 글은 삶과 일치해야 한다. 글 속에 진실한 삶이 묻어 있어야 한다. 삶과 괴리된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삶과 괴리된 글은 거짓된 글이다. 삶과 괴리된 글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 하나는 그 글 속에  담긴 내용과 자기의 삶과는 너무 동떨어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글 속에 담긴 내용과 자기의 삶과는 동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경우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이는 거짓스런 글이요, 거짓스런 말이다.

2.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자는 말과 글은 누구나 할 수도 있고, 쓸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말을 하고 그 글을 쓸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가령, 자기 명함에 제 이름을 한문자로 쓰면서, 방명록에 제 이름을 한문자로 서명하면서, 자기 집 문패를 한문자로 써놓고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자는 말을 하고, 글을 쓴다면 이는 개가 웃고 소가 웃을 일이다.

접 때 나는 김영삼 대통령이 중국 방문 가서 방명록에 [김영삼]이라고 서명하지 않고 [金泳三]으로 서명하는 것을 보고, "아니, 왜 이러십니까! 주권국가 원수가 남의 나라에 가서, 제 나라 글자로 서명하지 않고 남의 나라 글자로 서명하는 것은 나라 망신시키는 것이니, 제발 그런 한심한 짓 좀 하지 마시오!"라는 내용의 글을 써서, 컴퓨터 통신 하이텔 중에 [청와대 큰 마당]에 올리고, 또 [샘이 깊은 물]이란 잡지에 발표하면서 청와대와 대판으로 싸운 적이 있다.(내글. 나와 청와대와 언쟁. 샘이깊은 물. 1994년 7월호)

또 김 대중 대통령이 전에 미국엔가 가서 그 기막힌 발음으로 [김대중식 영어]로 연설하는 것을 보고 나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나는 김 대통령이 서명할 때 한글로 서명하는 것을 텔레비젼 뉴스에서 보고는 우리말과 글에 대한 주체성이 분명한 분인 줄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겁나게 영어로 연설하는 것을 보고는 기가 차서 한 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김 영삼 대통령이 중국 가서 한문자로 서명한 것 보고 놀랜 것보다 더 놀랬다. 왜냐면 김 대중 대통령은 한 술 더 떴기 때문이다. 아니 주권국가의 원수가 멀쩡한 제 나라 말을 두고, 남의 나라말로 공식석상에서 연설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린가! 설령 김 대중 대통령이 영어를 잘하고 발음이 좋다고 해도 그렇지.이는 주권 국가의 원수로서 체통을 잃은 못난 짓이고, 주권국가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나는 그때 김 대통령이 영어로 연설하는 것을 보고 내 애국심과 자존심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 나처럼 이런 상처를 입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지 싶다. 그 연설을 들은 외국 사람들 중에는 [한국에서는 한국말이 없고,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사람도 엄청 많았지 싶다. 그러니 그때 그 잘못에 대해서는 김 대통령은 이제라도 대국민 사과를 해야한다. 사과 뿐 아니라 그런 주체성 없는 짓을 임기 동안에는 절대로 되풀이 안하겠다고 약속하고 반드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대통령 임기 끝나고 난 뒤라면 영어로 하든, 인디언 말로 하든 내가 알바도 상관할 바도 아니고, 만일 영어가 그리도 하고 싶으면 아예 미국으로 이민을 가든 말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대통령이 제 사사로운 볼 일 보러 외국 가서 사석에서 영어로 하든 불어로 하든, 토인 말로 하든 인디안 말을 하던 그것은 전적으로 자유이다. 그리고 누구도 거기 대해서 감놓아라 배놓아라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덴 김 대중 대통령은 그때 미국 간 것은 제 개인 일 보러 간 것이 아니고 나라 일로 갔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낸 아까운 세금 써가면서 나라 일 보러 갔다는 것은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국민을 대표해서 간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와 국민을 대표해서 우리 나라 말로 공식 연설을 해야 옳다!

가령,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 공식 방문 가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영어 좀 할 줄 안다고, 프랑스말로 연설하지 않고, 영어로 연설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 난리 났지 싶다.프랑스 사람들 중에 제 정신 박힌 이들은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내 모르긴 해도 제 정신 박힌 프랑스 국민 중에 "야, 우리 대통령이 공식 연설을 영어로 겁나게 해브리네!"하고 입 헤벌리고 침 질질 흘리고 손뼉칠 얼간이는 한 놈도 없지 싶다. 그런데 그때 김 대중 대통령이 미국 가서 영어 연설한 것에 대해서 찬반양론이 분분한 것을 보고,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얼빠진 인간들이 많기도 하구나 싶었다. 주권 국가의 원수가 남의 나라 공식 방문 가서 어느 나라 말로 말하느냐 하는 것은 외국어 잘하고 못하고의 차원이 아니라 주체성 있느냐 없느냐의 차원이다. 정신 자세의 문제이고, 의식구조의 문제이다.

그 동안 특히 이 땅의 국어 교사들이 얼마나 국어교육을 얼빠지게 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이렇게 말 한다고, [그게 왜 국어교사 만의 잘못이냐!]고 물고 늘어지는 순진한 인간이 제발 없기 바란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국어교사들 중에 [내가 주체성 있는 국어교육을 제대로 못한 책임이 큽니다.] 하고 참회하는 인간들이 많으면, 이 나라 앞날에 희망 있고, [그게 왜 국어교사만의 책임입니까]하고 거품 물고 따지며 뎀비는 인간이 많으면, 우리 말 우리 얼 지키기는 이제 틀렸고 날샌 것이다. 우리말 우리 글을 지키기 틀렸고 날샜으면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식민지로 자청하고 기어들어가서 영원히 미국의 노예로 사는 길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말이고 우리 글이고, 독도고 제주도고, 한전이고 포철이고 간에 돈 될만한 것은 모조리 다 팔아 먹고, 대한민국이란 나라 간판 내리고, 미국주식회사 소액 주주로 편입하여, 간장독 된장독, 김치독 다 때려 부시고,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가르칠 것이 아니라, 놀이방에 다니는 애들때부터 영어만 가르쳐서 햄버거 먹고, 어느 목사님 말마따나 [예수 열심히 믿고 주님의 품 안에서 은혜 받고 신앙적으로 사는 것]이 편리할지는 모른다.

아니, 편리하다고 이러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어떻게 만든 한글이고 어떻게 지킨 한글인데, 어떻게 지킨 나라이고 어떻게 지킨 국토인데!  노예와 주인의 차이가 뭔가. 편리하고 배만 부르면 제 에미 애비도 몰라도 좋고, 노예로 살아도 좋단 말인가! 아니, 어쩌다 나라 꼴이 이 지경이 되었나. 하기야 나라꼴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는 요즘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자들 보면 답이 금세 나온다. 군대 안갔다온 것들이 왜 그리 많고, 제 아들 놈 군대 안 보낸 것들은 왜 그리 많고, 세금 한푼 안낸 허가낸 도둑놈들, 재산 많이 있으면서도 세금 한푼 안내거나 요리조리 빠지면서 적게 낸 놈들이 왜 그리도 많은가. 거기다가 전과 기록까지 공개하면 정말 가관일 것이다. 이거 우리 끼리하는 말로 나라 망신 아니고 뭔가. 온갖 잡놈들, 온갖 떨거지들이 다 국회의원 하겠다고 출마를 하였는데, 도대체 국민을 뭘로 보고 이러는 걸까? 대통령까지 공식적으로 외국 가서 그것도 공식 석상에서 영어로 연설 해대는 이런 나라 별 희망 없지 싶다!

제 나라 말과 글을 사랑하는 것은 애국의 첫걸음이다. 제 나라 말과 글을 사랑하지 않는 자들이 부르짖는 애국은 공허한 헛소리에 불과하다. 제 나라 말과 글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제대로 모르는 것들이 제 나라 땅과 제나라 바다 소중한 줄 어찌 알까? 제 나라 글보다 한문자나 영어 쓰는 것이 더 유식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들이 제 나라 백성들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가 없다. 겉으로야 표 얻을려고 사랑한다거나 사랑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 고양이가 쥐를 보고 미소를 짓는 것은 쥐를 쥐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쥐를 먹이감으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겉으로는 쥐를 보고 웃고 있지만 내면에는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3.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자는 운동을 하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이제는 좀 제대로 하면 좋겠다. 제대로 한다는 말은, 자기의 삶 속에서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는 기본부터 제대로 하자는 말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제 명함에 한자로 쓰면서, 제 집 문패는 한자로 쓰면서, 방명록에 서명은 한자로 하면서, 우리말로 해도 얼마든지 되는데 영어를 예사로 섞어 쓰는 짓부터 하지 말자는 것이다. 물론 위에서 지적한 것만 한다고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는 것의 전부는 아니다. 위에서 지적한 것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이런 기본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남 앞에서 우리말 우리 글을 쓰자고 하는 것은 삼가자는 것이다.

남 앞에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특히 기록으로 남아 있는 글을 쓰는 것은 더 어려운 것이다. 십 수년 전부터 이 오덕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과 운동을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전개하여, 그 동안 적지 않은 열매를 맺은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다.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자는 운동을 하는 이들은 기본부터 제대로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말과 글로 떠들고 외쳐야 설득력이 없으니, 시끄럽기만 하고, 종이 값만 올리는 꼴이 되고 말지 싶다.

끝으로 한가지 덧붙일 것은, 어떤 운동이나 제대로 하자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일에 따라서는 용기가 없이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일들은 국가의 잘못된 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고, 잘못된 법을 고쳐야 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는 필요한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궁극에 가서는 정부나 절대 권력과 부딪키거나 또 싸워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럴 때는 그야말로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패배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우리말과 우리 글을 사랑하자는 운동은  마침내는 잘못된 어문정책을 바로 잡지 않는 정부와 싸움이요, 도로표지판에 한문자로 써야한다는 우리말과 글에 대한 애정이 없는 장관과의 싸움이요, 남의 나라에서 가서 한자로 서명하고, 영어로 연설하는 주체성 없는 대통령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런 싸움에서 승리하자면 평소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증거와 믿을만한 담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고, 설득력이 있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그래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자기 말이나 글에 대한 담보나 증거가 없는 사람은 평소에는 제법 그럴싸 하게 떠들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가면 이 핑계 저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꼬리를 감추는게 보통이다. 나는 그런 못난 인간들을 수 없이 보아왔다.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모여서, 아무리 기고만장하게 떠들어봤자, 정작 결전의 날이 되면, 추풍낙엽이되고 만다. 그러니 평소에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자!" 따위의 훈화적 말을 하고, 설교적 글을 쓰는 사람보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는 사람이 더 많아야 한다.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일상 생활에서 실천하는 사람이 많은 단체가 정말 힘 있는 단체이고, 그런 단체가 정말 힘이 있고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좁은 소견으로 우리 회보에도 "하자!"형의 글보다, " 나는 뭐뭐를 이렇게 했다."형의 글을 훨씬 많이 실으면 좋겠다.(2000.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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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현 원장 지여처다 인물정보(2009년판)  

 사무국
2006/01/20 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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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 현 원장 자료실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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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3 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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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성 주석님께 드리는 공개편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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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식} 송현 선생 SS이론 일본 언론에 보도--일본 골프다이제스트 11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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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3 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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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중앙 2003년 7월호 인터뷰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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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관리와 다툼--한글기계화 글자판 투쟁에 관한 희귀 자료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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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글자꼴 판독성 검사 방법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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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8 6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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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솔한 학자들 때문에 한글 전용이 늦어지고 있다--고대 김 민수 교수 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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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솔 최현배 박사를 욕되게 하는 외솔타자자기--고대 최동식 박사 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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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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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속에 잠긴 한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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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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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박사님의 송현선생에게 대답한다에 대한 반론  

 송 현
2006/12/29 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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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어 쓰자는 주장을 반박한다--주요한 박사 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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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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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는 학자들--고대 김정흠 교수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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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3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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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에는 왼손잡이들만 있는가?  

 송 현
2006/12/29 3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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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를 규탄한다--중앙일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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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9 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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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처와 글자판 투쟁 이야기 (1. 2)  

 송 현
2006/12/02 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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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명패에 제 이름을 한글로 쓰지 않고 한문자로 쓰는 얼빠진 국회의원 놈들 명단  

 송 현
2006/02/22 4376

 유 관순 말과 이 완용 말의 차이  

 송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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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뚱단지 예찬론  

 송 현
2006/02/22 4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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