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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문화원 - 송 현 원장 자료실 ▨ ▨ 한글문화원 ▨

 

 

 


4531
2006-12-29 12:11:21
송 현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는 학자들--고대 김정흠 교수글 비판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는 학자들
■■고대 김정흠 교수의 글을 읽고■■


송현(시인. 한글기계화추진회장)



머리글

국어 순화 운동이 활발해진 이래로, 요즘 다시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끼리 심심치 않게 입씨름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한글 전용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지상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지상 과업이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요새는 어찌된 영문인지 조금씩 뒷걸음질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월맹ㆍ중공ㆍ일본 등 남의 나라들은 한자를 버리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우리는 초등학교에까지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고 극성을 부리는 사람이 살아 있는 판국이고 보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한글 전용을 푸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열쇠는 한글 기계화이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아는 이가 그리 흔하지 않다는 것과 국어학자들이 한글 기계화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사실이 한글 전용을 가로막는 간접적인 벽이 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일부 언론기관에서는 국한문 혼용이 국민 대다수의 여론인 것처럼 조작하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런 기회를 이용하여 한글 기계화에 대하여 무책임한 발언을 하여 국민을 현혹시키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는 언론기관의 잘못도 문제지만 무책임한 글을 쓰는 사람이나, 무책임하게 말을 하는 사람이나, 국가적으로나 다 불행한 일이다.

나는 지난 11월 9일자 《고대 신문》에 실린 김정흠 교수의 〈국한문 혼용에 대한 과학적 고찰〉이란 글을 읽었다. 이 글을 일고 내가 느낀 점을 말함으로써 한글 기계화에 따르는 몇 가지 문제를 좀더 명확히 해 두고자 한다.

졸업 후보다 합격하는 것이 더 문제다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한자는 배우기는 힘들어도 일단 배워 놓으면 그 식별 능력은 지상의 어느 문자보다 위력을 발휘하며■■■

김 교수는 한자의 식별력을 극찬하고 있다. 한자를 배우기만 하면, 식별능력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것뿐 아니라, 못 배운 사람들에게 아는 척하기도 좋고, 어리석은 민중을 짜먹는 데도 좋고, 학문을 귀족화하고 독점하는 데도 지상의 어느 문자보다 좋은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배우고 난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배우는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 일단 배운다는 문제가 어렵고, 힘이 들고, 중요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배우고 난 뒤에 오는 이점이 문제가 아니라 ■힘들어도」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김교수의 논리는 마치

■서울대학교 입학하기는 힘이 들어도, 일단 졸업만 하면 그 위력은 우리나라의 어느 대학을 졸업한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며■■■라는 식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서울대학교를 졸업만 하면 직장을 잡는 데도 좋고, 장가를 가는 데도 좋고, 출세를 하는 데도 좋고, 학벌로 폼을 잡는 데도 좋다.

그런데, 누가 서울대학교 졸업하면 좋은 줄 몰라서 못 가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졸업 후가 아니라 입학하는 데 있다. 들어가기가 힘이 들 뿐만 아니라 들어가도 졸업할 때까지 어려움이 많다. 머리가 영리한 소수의 수험생들에게는 일류대학에 합격하기가 그다지 힘들지 않을지 몰라도, 보통의 수험생들에게는 일류대학교란 관문이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로 힘이 드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결과에서 오는 이익에 집착한 나머지, 실상 그보다 몇 배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가볍게 처리하고 말았다. 「배우기는 힘들어도 일단 배워 놓으면」하는 가정을 현실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려서 이 가정 위에서 논리를 전개시켰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잘못 풀이되고 있다.

한문자를 많이 아는 사람들이 행세를 하고, 못 배운 사람들을 짜먹던 옛날에는 부자집 사람들이나, 세도꽤나 있는 사람들이 잡일은 종놈에게 시키고, 안방에서 ■하늘 천, 따 지■를 목청껏 뽑으면서 한문자를 배우는 데 ■세월아 가거라■고 여우 있게 시간을 보냈지만, 오늘은 시대가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 비행기가 소리보다 빨리 날고, 화성에까지 로케트를 쏘아올리고, 글자도 전자의 힘으로 1초에 수천 자가 찍혀 나온다.

이렇게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가 나날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다. 이런 바쁜 시대에 한글에 비하면 글자를 배우는 데 막대한 시간을 소비할 뿐 아니라 배운 후에 사용하는 데도 막대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한문자를 쓰자고 주장하는 과학자가 아직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후진성을 면치 못한 증거이기도 하다.

한자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지에 대해서 한글학자 허웅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의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학과는 산수와 일본말, 그밖에도 여러 학과를 배우기는 했으나, 별로 배운 기억이 없다. 산수, 일본말 중에서도 더 힘이 든 것은 한자를 익히는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자연과학이나 더구나 예능 방면의 학과는 거의 무관심 상태였다. 지적 발달이 가장 빠른 시기를 이렇게 보냈다는 것은 정말 원통한 일이다.■(«한글», 143호,〈한자는 폐지되어야 한다〉)

서양 사람들은 로마자의 대ㆍ소문자 52자도 많아서 기계화나 쓰기에 불편하다고, 소문자 26자만 쓰자면서 대문자 안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미국에서는 소문자 26자만 쓰는 것도 많다고 해서 10자로 된 숫자를 로마자 대신 이용하여 글자 생활을 해 오다가, 최근에는 10자도 많아서 2진법으로 축소하여 쓰는 컴퓨터까지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에 나오는 미국의 봉함엽서 중에는 USA라고 쓰지 않고 usa소 소문자로 인쇄되어 나오는 것도 있다.(표5참고)



심지어 명함을 소문자만으로 인쇄하여 다니는 미국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표6참고)
USA22c
표5        표6



이와 같이 남들은 1초를 따지고 아끼는데, 우리는 하는 짓들이 어떤가. 남들이 앞지르는 것은 고사하고 꽁무니를 따라가는 것도 힘이 들판인데, 3,000여 자나 필요한 국한문 혼용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답답한 생각들인가. 우리도 할 수만 있다면 철자법을 고쳐서라도, 자수를 줄여 간편히 하는 것이 현명한 생각일 텐데, 줄일 생각은커녕, 한문자를 섞어서 3,000자 가량을 쓰자고 주장하는 것은 뭐라고 이유를 붙여도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

한글과 한문자를 합한 3,000여 자는 로마자 26자에 비하여 약 116배나 된다. 이렇게 볼 때, 남들이 한 시간 할 일을 우리는 116시간 남들이 1년 할 일을 우리는 116년이 걸려서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하면 문화 수준이 약 50년, 과학 수준은 약 100년쯤 뒤떨어졌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문화적으로나 과학적으로 뒤떨어진 우리의 입장으로는 그들보다 116배 시간을 낭비하고 노력을 허비하여야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1년 할 일을 우리는 반년에 하고, 그들이 한 시간 할 일을 우리는 반 시간에 할 궁리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들보다 뒤떨어진 문화와 과학의 폭을 좁히는 데 가장 앞장서고 연구 노력해야 할 사람이 바로 대학교수이고 과학자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수나 과학자들이 비과학적인 사고방식으로 자기의 낡은 인습에 사로잡혀 근시안적으로 시대를 보고 있다는 것은 그 본인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들에게 배우는 제자들에게도 여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한문 혼용 문장이 어째서 3, 4배나 빨리 읽어질까?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한글을 쓰면 타이프라이터로 직접 찍어 낼 수도 있고 또 모노타이프, 라이노타이프로 재빠른 식자가 가능은 하다. 그러나, 읽어 내는 속도는 한자가 섞인 국한문에 비해 3, 4배는 느리다.■

3, 4배나 느리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밝히지 않아서 엄밀히 따지기는 어렵지만, 3, 4배라는 수치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주관적인 숫자라고 생각한다. 가령, 한글로 된 300쪽짜리 소설책이나 과학책을 보통 사람의 경우에 다 읽는 데 3, 4시간 걸린다고 가정할 때, 이 책을 국한문으로 만들었을 경우에는 1시간 만에 읽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또 예를 들면,

■음속보다 2배나 빠른 비행기가 최근에 개발되었다■와
■音速보다 二倍나 빠른 飛行機가 最近에 開發되었다■를 비교할 때, 김 교수의 주장대로 하면, 국한문으로 된 문장을 읽는 데 1초 걸린다면, 한글 문장은 3, 4초 걸린다는 것이 되는데, 이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같은 조건 아래 한글만 배운 사람과 국한문을 배운 사람과 읽는 속도를 비교한다면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정인섭 박사는 이 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알기 쉽게 풀이해 주고 있다.

■빨리 읽기 습관이라는 것이다. 한글 전용으로 배운 사람은 한글을 참으로 번개같이 읽는다. 한문 혼용문을 읽던 사람은 한글 전용문이 좀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순전히 습관으로 고쳐질 수 있다.■(《국어 음성학 연구》p336)

한글학자 허웅 박사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글자의 시각적 효과는 훈련에 의해서 거두어지는 것이지, 결코 훈련 이전에 존재하는 현상은 아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글자를 소리로 환원하고, 그 소리에 개념을 연결시키는 과정이 독서인데, 이 과정은 훈련과 습관에 의해서 얼마든지 빨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은 훈련만 되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그 증거로는 자라고 있는 어린 세대들을 보라. 한자가 없어서 읽기 거북하다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우리는 한자가 없어서 독서 속도가 느리다는 초등학교 학생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에게 있어서는 한자야말로 독서를 가로막고 있는 괴물인 것이다. 시각적 효과는 표의 문자만이 가지는 특권은 아니다. 표음 문자도 독서의 훈련만 쌓을 것 같으면, 충분히 시각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서양의 알파벳을 쓰고 있는 나라들에게 알파벳이 표음 문자이기 때문에 시각적 효과를 거둘 수 없어서 독서의 속도가 느려진다는 말을 들어 본 일이 없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글자의 시각적 효과는 훈련에서 얻어지는 것이지, 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한글 전용으로의 길〉p.26. 《한글학회》발행)

국한문 혼용문을 사람에 따라서는 약간(10퍼센트~20퍼센트) 빨리 읽을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100퍼센트가 빠르다고 해도 믿을 수 없는데, 더구나 300~400퍼센트나 빠르다는 김 교수의 주장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헛소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자는 눈을 해치고, 근시의 원인이 된다.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한글은 ■ㅇ■이나 ■ㅅ■등 몇 자를 빼놓고는 종획과 횡획이 길고 짧은 막대로 되어 있어 영어의 알파벳과는 달리 활자와 활자 사이의 식별이 그리 쉽지는 않다. 예컨대 ■를■과 ■롤■은 첫눈에 쉽게 판독이 안된다.
이런 까닭에 순한글로 된 책을 읽을 때는 누구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책을 한 5cm 정도를 눈 쪽으로 당겨서 보게 된다.■

김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사실상 ■를■과 ■롤■을 구별하기가 얼마간 힘이 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별이 어려운 글자가 실상 한글보다 한문자에 훨씬 많다는 것은 아마 김 교수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참고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김 교수 자신이 먼저 해 보기 바란다.

국한문 혼용으로 된 신문을 1미터 앞에 놓고 한번 읽어 보기 바란다. 본문 글자 중에 획수가 간단한 한글이 알아보기 쉬운지, 획수가 몇 배나 복잡한 한문자가 알아보기 쉬운지 말이다. 또 3, 4미터쯤 떨어진 원거리에서 볼 때 제목의 큰 글자 중에서 한자와 한글 중 어느 것이 잘 보이는지 한번 정직하게 비교해보기 바란다.

이와 같은 간단한 실험이면 김 교수의 주장이 실제와는 엉뚱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잇을 것이다.

이 방면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안과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아도 김 교수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비과학적인가를 알 수 있다. 오사카의과대학의 야마지 료우이찌 교수는 근시의 원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미국의 하바드대학 일본어과의 학생 중에 한자를 배우기 시작한 40명 가운데 2/3가 근시가 되었으며, 또 일본에 온 미국 목사가 한자를 공부하기 시작하면 근시가 되는 수가 많다. 글자의 획이 많고 모양이 비슷한 글자가 많은 한문자는 자수가 적고, 글자체가 명확한 로마자에 비해 크기ㆍ대등 비율ㆍ조명 등의 조건이 동일하면 눈을 가까이 하지 않으면, 똑같이 명확히 보기 힘들다.■(《신임상 의학문고》106호, p.39.〈근시와 원시〉1973년, 동경)

세계적인 안과의사인 동경제대의 이시하라 교수는 일본의 근시를 방지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한자를 없애는 것이라고 60년 전부터 주장하면서 일본말 로마자화 연구와 로마자 타자기 연구를 동대 안과학 교실에서 한 사실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시하라 교수가 안과의사이면서 로마자의 연구와 로마자 보급 운동을 한 것은, 일본 국민의 시력 보호에만 뜻을 둔 것이 아니라, 서양문화를 따라가려면 비능률적인 한문자와 불완전한 ■가나■만 가지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로마자화하여야 한다는 깊은 집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신임상 안과 제11권 3호 p513.〈근시 예방과 문자 개혁〉1957년, 동경)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유명한 안과의사이면서 타자기 발명가인 공병우 박사는 근시의 원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동양은 서양에 비해 근시가 현저히 많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한문자를 쓰기 때문입니다. 한문자는 획수가 복잡하여 읽는 데 눈에 피로를 많이 줍니다. 한글의 획수는 간단하나, 한글 활자를 작게 만들어 쓰기 때문에 눈에 피로를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문자를 버리고 한글을 쓰되, 활자를 크게 만들어서 써야 근시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야마지 교수가 쓴 〈근시와 원시〉 39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획수가 적은 로마자도 글자 크기가 작으면 근시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독일의 역사가 증명한다. 1890년에 어느 교육 회의의 개회식에 참석한 WILHELM 2세가 대학생 60퍼센트에게 근시가 발생한 사실을 들어, 관계관에게 책임을 신랄하게 추궁하였다. 그후 글자를 크게 인쇄함으로써 근시가 현저하게 감소되었다.

이와 같이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로마자보다 한문자는 자획이 복잡하여 눈 가까이 놓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마침내는 근시를 일으킨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근시를 없애는 근본적인 방법이 한문자를 없애는 길이라고 안과의사들이 벌써 50년 전에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김 교수는 전문가들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획수가 적은 한글을 가까이 놓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도대체 김 교수는 어떤 근거를 두고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전문적인 문제를 전문가들의 과학적 연구 결과를 무시하고, 아무런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무책임하게 떠드는 바람에, 이 땅의 한글 전용은 자꾸 늦어지고, 이로 말미암아 한글 기계화도 발전을 못하고 답보 상태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이렇게 비전문가들이 함부로 말하는 것이 결국은 민족문화 발전과 과학진흥을 가로막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런 경솔한 사람들 때문에 한글이 500년씩이나 천대를 받고, 과학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판독 문제에 있어도 비전문가들이 막연하게 주먹구구식의 추측으로나, 혹은 낡은 인습으로 헛소리를 하고 있다.

가령 한글에 있어서, ■그■자와 ■를■, ■니■자와 ■빼■자를, ■이■자와 ■빵」자가 같은 네모진 공간에 들어가야 아름다운 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데, 이는 한문자를 오래 써 온 버릇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이 얼마나 비과학적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로마자의 경우와 비교해 보자.

기본선을 중심으로 해서 gㆍqㆍpㆍy자는 아래로 내려가 있고, bㆍdㆍkㆍl는 위로 올라가 있고, i 자는 좁은 폭을 차지하는가 하면, m등은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적당한 조화를 이루면서 변화가 있는 글자라야 글자간의 구별이 빠르고, 빠른 구별 때문에 눈에 피로도 덜 주게 된다.

그렇다면, 한글과 한문자 중에 어느 것이 판독이 어려울까는 두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한 글의 자형도 자형 연구가들에 의해서, 지금까지 가독성이 높고, 판독성이 빠른 과학적인 글자 모양으로 개발이 되어 있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한자를 보아 온 낡고 고루한 습관으로 글자 모양을 평가하기 때문에 과학적인 글자를 보고도 올바른 평가를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한자를 팽개치는 월맹과 중공의 현명한 결단

월맹과 중공의 언어학자들은 이미 100여년 전부터 로마자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여 오던중, 마침내 얻은 결론이 ■한문자를 버리고 로마자를 사용해야 한다■였다.

월맹은 이미 오래 전에 로마자화하였고, 중공은 25년 전에 문자 정책을 확고히 로마자화하기로 수립한 후 그 계획에 따라 착착 시행하여 오다가 마침내 지난 8월 1일부터는 중공 전체 면적의 1/6에 해당하는 신강성 위구르 지방에는 한문자를 전폐하고 로마자 전용을 하게 되었다. 이는 멀지 않아 중공 전역에 걸쳐 모든 문자의 생활을 로마자로 하기 위한 용단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도 일부 학자들에 의하여 이미 70여년 전부터 로마자화 운동이 시작되어 지금도 활발하게 계속되고 있다.

일본도 국제 경쟁에서 이기려면 한문자를 버려야 한다.

2차대전 때 일본이 원자탄 때문에 졌다는 사실을 달리 표현하면, 미국의 과학에 일본의 과학이 졌다는 것이 된다. 과학으로 진 근본 원인을 한문자 기계화가 로마자 기계화에 뒤떨어졌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오늘날의 일본의 눈부신 경제성장의 원인을 한문자의 판독력에서 오는 것인 양 생각하는 분들이 더러 있는데 이는 바로 본 것이 못된다. 일본이 오늘날과 같이 경제발전을 이룩한 근본 원인은 한문자 기계화를 동양에서 가장 먼저 이룩하였기 때문이다. 일본이 약삭빠른 재주를 가지고, 로마자의 기계화를 모방해서 동양에서 먼저 활자 제작 기술과 기계를 도입하여 문자 생활을 활자화하였다. 그리고 한문자 기계화를 연구한 결과, 60년 전부터 이미 한문자 타자기를 개발하여 써 왔고, 2차대전 후에는 한문자의 사진 식자기, 모노타이프, 최근에는 컴퓨터까지 만들어 쓰고 있다.

문화의 전달 계승은 주로 문자를 통하여서 이루어진다고 볼 때 나라가 사용하는 문자가 불완전하거나 문자의 기계화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과학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서 남보다 뒤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사물의 외형만 보고 속단하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일본이 한문자를 쓰면서도 문화가 발달하고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분들은 소리글자를 쓰는 서양 문화 수준이 얼마나 일본 보다도 높은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아무리 애를 써도 한문자를 버리지 않는 한 서양 문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은, 일본 학자들이 옛날부터 강조하는 바이다. 일본에서는 ■가나 전용 보급회■와 ■로마자 보급회■가 70여년 전에 발족이 되어 오늘날까지 활발히 그 보급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정보의 처리와 사무 능률면에서 볼 때, 한문자 기계화는 10배 이상 빠른 로마자의 기계화를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문화가 서양에 비하여 아직은 30여년 뒤떨어져 있다고 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30여년씩이나 뒤진 원인은 한문자의 기계화가 서양의 로마자 기계화같이 대중화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문자가 기계화를 발전시킨다고 하더라도 대중화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대중화가 이룩된 나라에서 뒤떨어질 것은 분명하다. 다시 말하면 서양의 각 가정에는 타자기가 보급이 되어서 국민 전체가 타자기로 문자 생활을 기계화하고 있으니까 문화 수준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데 반하여 일본의 경우에는 한문자 타자기가 관공서나 큰 기업체나 회사에 보급이 되어 쓰일 따름일 뿐 일반 가정에는 보급이 되어 있지 않는 실정이다. 국민 대중이 누구나 글자 생활을 기계화하는 것과 못하는 것과의 차이는, 마치 국민 각 가정마다 자동차를 가지고 사는 것과 각 가정에 자동차 없이 사는 경우와 문화 건설의 속도가 엄청나게 다른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일본이 한문자 기계화를 더욱 발전시켜 각 가정에 보급이 되어 널리 쓰이게 되는 날이 온다고 해도, 그때는 서양에서는 이미 각 가정에서 컴퓨터화한 문자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일본도 일본인 학자들의 주장대로 멀지 않아 한문자를 버리고 로마자를 쓰게 될 날이 롤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과 같이 한자를 쓰면 우리가 훨씬 불리하다

일본은 가나 50여 자에다 그들의 상용 한자 1,800자를 쓰면 되는데 반해서, 우리는 한글 모아 쓰기 자모 1,500여 자에 한문자 1,800자를 더하게 되면 이미 자모의 수에서 1,850:3,300으로 우리가 두배 가량의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가 일본에게 뒤지는 것이 된다. 그리고 또 일본은 이미 한문자 기계가 수없이 보급이 되었고, 생산 공장이 많기 때문에 그 보급 대수는 날로 급증하고 있다.

한글의 경우에는 24자면 되는 글자판을 3,800자나 해야 되니, 이 얼마나 입력이나 출력에서 차이가 날 것인가. 1초에 수천 자씩 쏟아져 나오는 로마자 기계들이 개발되어 나오는데, 글자의 키가 3,800여자나 되는 한문자식 기계화는 따라갈 엄두도 못 내게 된다.

일본이 개발한 한문자 기계들을 우선 쓰기 편하다고 우리가 그대로 쓰다가는 멀지 않아 일본의 문화적 침략과 경제적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련한 신세가 되고 말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일본이 개발한 한문자 기계들을 그대로 받아 쓸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과학성이 입증된 자랑스런 한글과 이 한글의 과학성을 살린 한글 타자기를 바탕으로 한글 기계화를 발전시켜 한문자 기계화를 앞지르고, 마침내 로마자 기계화를 따라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소망이다.
한글은 이러한 우리의 소망을 이루어 줄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한글 전용은 당연한 시대적 요청이며, 국가적 지상 과업이다. 한글 전용이 이루어지고, 기계화가 올바로 발전만 된다면, 일본의 문화쯤은 거뜬히 앞지를 수 있는데도 보수적인 학자들 때문에 아직 한글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언어 시스템을 한글 전용화하자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 아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언어 시스템을 한글 전용화하자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

정인섭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한문 글자를 쓰는 데 시간이 무척 걸린다. 현대 문명은 기계화다. 한글타자연구회의 통계에 의하면, 같은 시간에 붓으로 쓰면 50자, 펜으로 쓰면 70자, 볼펜으로 쓰면 100자, 이렇게 빨리 씌어진다. 글자를 배우는 데 한문 글자는 10년, 한글은 1개월, 손으로 쓰는 속도는 1분간 평균 한문 글자가 30자인데, 한글은 40자, 타자기로 찍으면 한문 글자는 1분에 30자, 한글은 150자인데(두들기는 수로는 340타) 그뿐 아니라 한글 타자기는 영문 타자기보다 두들기는 수가 30퍼센트나 더 빠르다. 그런데, 한문 글자 타자기는 키 수가 제한이 되어 있어 현대적인 타자기는 말들 수 없다. 한글 전용을 하면, 신문이나 잡지 기타 출판에 20분의 1로 사람이나 경비나 시간이 절약된다.■(《국어 음성학 연구》 p.326)

위의 글을 토대로 해서 생각해 본다면, 한글 전용을 하는 것이 20배나 더 이익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언어 시스템을 한글 전용화하자는 것이 위험한 생각이라고 하는 김 교수의 주장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생각이라고 생각된다.

전체 시스템의 최적화를 위해서 국한문 혼용 주장자는 양보해야 한다.

김 교수는 결론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전체 시스템의 최적화를 위해서는 부분 시스템의 최적화는 조금쯤은 희생시켜도 무방하다.■

이 말은 타당한 말이다. 그런데 김 교수 자신이 이런 타당한 주장과는 엉뚱한 논리를 전개시키고 말았다. 김 교수 말마따나 입력 부분에 종사하는 사람은 인쇄의 경우에 기껏해야 수십 명 아니면 수백 명인데 반해, 독자의 수는 수천, 수만 때로는 수십 만이다. 그래서, 입력에 다소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숫적으로 더 많은 출력 쪽을 위해서 입력 쪽이 희생하는 것이 옳다는 식이다. 이 논리는 옳다.

그런데, 국한문 혼용문은 한글 전용문보다 빨리 읽어 내는 사람이 많다면 몰라도, 현실은 분명히 한글 전용문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김 교수가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런 현실을 김 교수가 인정한다면, 자신의 주장이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김 교수의 논법대로 하더라도 숫적으로 훨씬 많은 쪽을 위해서 적은 쪽이 양보해야 하는 것이 타당한 논리가 아닌가. 그렇다면 다수를 위해서 전체 시스템을 한글 전용화하는 것이 김 교수의 결론과도 일치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아마 김 교수는 대부분 독자들이 자기와 같이 국한문 혼용문을 빨리 읽을 줄 알고 계산을 한 모양이다. 김 교수의 주자애돌 아무리 한문이 판독력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는 모든 사람들이 한문자를 배우고 난 뒤의 문제이다. 현실에서는 판독력보다 먼저 부딪치는 것이 그 어려운 한자를 배우는 문제이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에 사로잡혀 논리를 전개시키고 있는 김 교수의 주장이야말로 자신의 표현대로 나무를 보고 숲을 모르는 처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대학교수들이나 정치가들이 한글 기계화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이 얼마나 중대한 일인가를 뼈저리게 깨닫는 날이 오면, 그때는 한문자 기계화는 한글 기계화에 밀려서 기를 펴지 못할 것이고, 로마자 기계화보다 앞서고 싶은 우리의 꿈도 이루어질 것이다.

문화는 문자를 통해서 축적되고, 또 문자를 통해서 전달 계승된다. 우리는 하루속히 한글 전용을 실천하고, 올바른 기계화를 이룩하여서 우리 문화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1977. 1. 5. 53호《한글 새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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