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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7 01:02:01
송 현
내 생애 감동의 순간들(7)--대구탕집 주인 아저씨
내 생애 감동의 순간들(7)




대구탕집 주인 아저씨



송현(시인. 한글문화원장)


지난 달엔가 김 아무개 선생과 함께 강북에 있는 무슨 대구탕집에 갔다. 우리는 처음 가는 낯선 집이었다. 술은 마시지 않고 오직 저녁 식사만 하는 자리였다. 테이블이 다 합쳐야 여나므개 남짓한 식당이었다. 우리는 1인분에 7천원하는 대구탕을 시켰다. 금세 밑반찬이 나왔는데 특히 오징어채 무침은 내 입에 딱 맞았다. 배가 좀 고파서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마치 이집 음식 솜씨를 점검이라도 하듯이 이것저것 집어 먹었다. 그러는 동안 공기밥이 나오고 탕이 나왔다.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주인 아저씨가 우리 테이블로 왔다. 내가 먹고 있는 밥그릇을 거의 뺏으려는 자세였다. 나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아무 잘못한 것도 없었고, 주인 아저씨에게 뭐라고 부탁한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뿐 아니라 내 앞에 있던 김 선생도 입도 딸싹 안하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인 아저씨가 뜻밖의 말을 했다.

--선생님, 이제 마악 새밥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새밥으로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그때 이미 우리는 거의 절반 가까이 먹었는데 새밥으로 바꾸어 주겠다니 고맙기는 해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는듯이 나는 꼭 잡으면서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미 절반 가까이 먹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사장님.
--아닙니다. 처음부터 새밥을 드리고 싶었는데, 뜸이 좀 덜 들어서 못 드렸는데, 이제 마악 다 된 것입니다. 뜨끈뜨끈한 새밥으로 바꿔 드세요.
앞에 있던 김선생도 거들었다.
--사장님, 괜찮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거의 다 먹어가는데 새밥으로 바꾸어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러나 주인아저씨는 절대로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얼굴에 온화한 웃음을 담고 단호히 말했다.
-- 아닙니다. 이제 막 된 뜨끈뜨끈한 새밥으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는 먹든 밥그릇을 지키려고 했고, 주인 아저씨는 뺐으려고 했다. 전의에 불탄 양쪽은 조금도 물러설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주인 아주머니가 새밥을 들고 잰 걸음으로 다가왔다. 주인 아주머니가 얼굴 활짝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뜨끈뜨끈한 새밥으로 드세요.

나는 그 동안 수많은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보았다. 그런데 거의 절반 가까이를 다 먹은 밥을 회수하고 뜨끈뜨끈한 새밥으로 바꾸어 주는 집은 처음 보았다. 주인 아저씨 내외분의 친절에 큰 감동을 받았다. 우리 사회에 이런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분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것은 마치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는 것처럼 아름답고 멋진 일이다. 그렇다. 사막이 신비하고 아름다운 것은 사막 어느 구석엔가 오아시스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도 이런 마음씨 고운 분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것은 축복이자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그날 대구탕 집에서 뜨끈뜨끈한 새밥보다 더 뜨끈뜨근한 주인 내외의 인간적 향기와 아름다운 마음씨 앞에서 나는 참 행복했다. 그러면서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많이 반성했다. 내가 만약 식당을 하였다면 손님에게 저분들처럼 저렇게 잘 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는 택도 없지 싶었다. 뜨끈뜨끈한 새밥을 맛있게 먹고 나오면서 내딴에는 고마움과 경의를 잔뜩 담아서 주인 내외분에게 두 손을 모으로 공손하게 인사를 하였다. 우리에게 빙그레 웃으면서 공손하게 답례를 하는 두 분은 알고보니 지상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천상에서 내려온 천사들이였다. 아직도 내 눈에 천사가 보인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이고 다행한 일인가. 그날 대구탕집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나는 행복했고 이따금 그 천사들의 아름다움을 상상만해도 행복하다.(2007.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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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현 원장 지여처다식 인물정보 자료(2009. 2월 손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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