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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1
2008-05-14 01:00:53
사무국
내 생애 감동의 순간들(59)--내가 수습기간을 인정할 수 없는 사연
내 생애 감동의 순간들(59)


내가 수습 기간을 인정할 수 없는 까닭


송현(시인. 한글문화원장)


내가 사십대 초반에 어떤 회사에 새로 생기는 부서 책임자로 일해 달라는 제의 를 받았을 때 일이다. 그 회사의 사장은 대단히 덕망이 높은 훌륭한 분으로 그 동안 주력해 온 사업 외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는 그 일을 맡길 책임자를 찾고 있다가 나에게 그 일을 맡아서 잘 해 줄 수 있느냐고 했다.

뜻밖의 제의를 받고 나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우리는 여러 차례 만나서 그 사업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탐색했다. 사장은 나에게 그 일을 맡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나는 그 일을 맡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탐색하였다. 그러구러 서 너 달이 지났다. 서로 저울질 할만큼 한 끝에 어느 날 사장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송 선생, 대우를 어떻게 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흔히들 월급을 얼마를 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이렇게 한다. 그러면 그 시절에는 대부분은 이렇게 말했다.
  “회사 방침에 따르겠습니다.”
아니면 이런 겸손파도 있다.
  “아직 제 능력을 발휘하지도 않았으며, 과연 그 일을 제가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얼마를 달라고 말씀드리기가 뭣합니다. 그러니 사장님께서 알아서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중요한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뜻을 솔직하게 말을 못한다. 머뭇머뭇하거나 위의 겸손파처럼 답변하기 십상이다.그런데 이런 류의 답변을 하는 사람들이 월급을 받고 나서는 불평과 불면을 갖고 주댕이를 댓발이나 내밀기 쉽다. 얼마를 달라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어렵사리 작장을 구하는데,혹시 월급을 많이 달라고 했다가 취업의 기회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생각때문에 그러지 싶다. 그러나 이 대목은 서로 솔직히 말해야 할 대목이고, 처음부터 서로 분명히 정해야  할 대목이다.

나는 회사의 방침이 어떤지도 모르고, 설령 회사의 방침을 안다고 해도 내 월급을 내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무조건 회사 방침에 따르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또 회사의 방침이 내 생각과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질 수도 있고,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가 회사의 방침과 내 생각과 맞지 않을 것 같았다.

월급이란 받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월급은 나를 파는 내 몸값이기 때문이다. 어떤 물건이거나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푼이라도 더 비싸게 팔고 싶은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X백만원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장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신이 예측하고 있던 액수보다 너무 많았던 모양이다.

사장이 답변을 할 차례였다. 나는 사장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은 가타부타하지 않고 나와 비슷한 군번의 임원이 그 회사에 있는데, 그에게 지급하는 월급이 얼마인데, 내가 요구한 것은 그이의 두배 반이 넘는 고액이라고 탄식조로 말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사장님!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그분 월급 액수와 저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사장은 아무 말도 않고 눈을 지긋이 감았다. 사장은 한 동안 숙고 끝에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내 요구를 수락했다.
  "... 송선생 원하는대로 드리지요"
나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때까지 사장 옆자리에서 아무 말도 않고 있던 로보트 같은 비서실장이 사장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사장은 나에게 3개월 동안 수습기간으로 하고, 수습기간은 월급의 70%를 주고, 수습이 끝나고 정식이 되면  내가 요구한 액수의 월급 전액을 주겠다고 했다. 내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건 안됩니다. 사장님!”
  “왜요? 회사 방침이 그런데요?”
  “저는 그 방침에 따를 수가 없습니다.”
  “왜요?”
사장은 의아한 모양이었다. 내가 말했다.
  “저는 수습기간을 인정할 수없습니다.”
  “왜요?”

내가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 어깨를 쫘악 펴면서 말했다.
    “사장님! 삼개월의 수습기간이 저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을 시작하면 그날부터 열심히 할 것입니다. 수습 기간 동안 열심히 해서회사에 잘 보여 일단 합격되면 그 뒤는 수습 기간보다 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저도 서른 한 살 때 공병우타자기주식회사 대표이사를 해본 경험이 있고, 그때 그런 사람을 많이 보았습니다."
사장은 눈을 지긋이 감고 있었다. 내가 계속해서 말했다.
  "회사 방침대로 수습기간을 둔다고 해도 월급은 첫달부터 제가 원하는대로 다 주시기 바랍니다. 왜냐면 제가 일하는 것은 수습기간 동안과 정식 직원이 되었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뿐 아니라 일하는 제 마음도 조금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저는 일을 하면 그 순간부터 바로 본론입니다. 저의 삶에는 수습이 없습니다! 그러니 수습이란 것이 제 삶에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사장은 계속해서 눈을 지긋이 감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우리 삶에 수습이니 정식이나 하는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수습기간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 대신 만약 제가 일하는 것이 마음에 안들면 삼개월까지 갈 것도 없이 일개월만에 내 쫒아도 아무 소리 하지 않겠습니다.“

사장은 계속해서 눈을 지긋이 감고 있었다. 옆에 있던 로보트가 밥값을 해야 겠다는 듯이 한 마디 했다.
  “우리 회사에 입사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규정을 적용합니다.”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모든 사람에게 그 규정이 적용되어도 저는 그 규정을 따를 수 없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과 다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습이란 것이 없었습니다. 항상 본론으로 순간순간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그것은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함도 아니고 어디에 합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해서였습니다. 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제 삶에서 어떤 수습도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
그제사 사장은 눈을 떴다. 나를 한번 찬찬히 훑어보고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송현 선생에게 졌습니다. 수습기간을 두지 않겠습니다. 당신, 참 멋진 젊은이입니다”

나는 사장에게 넙죽 절을 하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사장님!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나의 손을 힘껏 쥐는 사장의 손은 따듯하였다. 나도 사장의 손을 힘껏 쥐었다. 사장 옆에 있던 로보트가 나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나도 로보트에게 빙긋 웃어주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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